SF라는 장르는 미래의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문명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트랜스 휴머니즘과 사념적인 속성이 들어갈수 밖에 없다.
대화를 통해 전개되는 비주얼 노벨 장르에서 우울하고 밝지 않은 분위기를 중점으로 연출한 이유가 무엇일까?
디스토피아적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담아낸 Va-ll Hall-A에 대해 알아보자

국제적 유가 폭락으로 인해 2013-2014년부터 기록적인 경제위기를 맞았던 베네수엘라는 국민들에게 끔찍한 현실을 안겨줬다.
이 시기에 한창 게임개발에 몰두하던 베네수엘라 인디게임 팀 Sukeban Games는 굳이 디스토피아적 미래까지 건너가서 암울한 분위기를 볼 필요도 없이 자신들의 현실을 곧 게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게 되었다.
Va-ll Hall-A는 원래 2014년 itch.io에서 개최되었던 사이버펑크 게임잼을 위해 제작했던 게임이다.

이후 해당 프로토타입을 가지고 정식 게임으로 개발하게 된다.
기존의 엔진은 Renpy였으나 정식 게임 전환 과정 중 게임메이커로 바뀌게 되며 2016년 스팀에 정식 출시되게 된다.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심플하다.
가게에 들어온 손님과 대화를 하고, 요구에 맞는 칵테일을 제조하고, 건넨뒤 대화를 통해 작중 스토리와 흐름을 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비주얼노벨, 포인트앤드클릭 게임들은 퀘스트를 수행한다는 게임의 기본 규칙을 지키기위해 보통 게임 내의 시간제한을 둬서 일정 미션 혹은 비용 형태를 달성하게 만든다. (ex. 니디걸 오버도즈 - 방세 납부, 페이퍼플리즈 - 가족부양을 위한 노동)
va-ll Hall-a 역시 중간중간 주인공 질이 원하는 물품 구입 및 방세 지불 등의 제약을 두고 게임플레이의 규칙성을 세웠다.
주목할 점은 게임의 플레이어의 존재가 주인공 질에 이입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철저히 바텐더로서의 역할에 귀속될 뿐 작중 어떠한 캐릭터에도 대입되지 않는다.
기존 비주얼노벨 장르는 플레이어가 이름을 입력하고 대화 도중 선택지에 따른 멀티 엔딩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Va-ll Hall-a는 질의 행동에 근거하긴 하지만 우리가 마치 작품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느낌은 받을수 없다.
전개되는 스토리를 감상하며 제작진들이 게임 실행 전 띄우는 문구 그대로, "to sit back, relax, grab some snacks and enjoy the game" 을 실천하면 되는것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서 알아가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첫째, 게임의 앞 뒤에 나오는 축약된 배경 설명 글.

두번째, 플레이하며 만나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들으며 알아가는 내용들.
세번째, 질의 폰 속에 있는 여러개의 커뮤니티 사이트들을 통한 노골적인 사회의 민낯 정보들.

위 세개의 상호작용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는 세계관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또한 이와 같은 방식은 이후 소개할 등장인물들과도 연관이 있다.
게임 내의 주요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질, 가게 사장인 다나, 직원으로 일하는 길리언이다.
디스토피아적, 트랜스휴머니즘적 이야기는 캐릭터들이 말해주는 세계관 내에 드러나있다.
글리치(Glich) 시티에서는 태어나는 모든 사람들이 추적용 나노머신에 감염되어 감시, 지배되고 릴림, 강화인간, 캣부머 등 다양한 형태의 존재들과 함께 살아간다.
릴림은 릴리스라는 AI에서 분화된 로봇이며 강화인간은 자신의 신체 일부를 기계로 바꾼 사람들을 가리킨다.
캣부머는 태아 단계에 나노머신 거부반응 제거 유전자 시술을 받고 태어난 사람들을 뜻하지만 단순히 부작용단계에서 생기는 고양이 귀에 열광하며 너도나도 시술을 받아서 결국 안좋은 시선을 받게 된 독특한 설정으로 나온다.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처럼 보이지만 전개될수록 담담하게 서술하는 차별과 편견의 시선들을 담아낸것을 알수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저마다의 스토리와 고민을 갖고있다.
가족, 연인들과의 문제를 드러내는 질과 알마.
연예계의 생활을 통해 사회상을 드러내는 도노반, 키라 미키.
혼란스러운 사회내의 사법권과 경제 지위를 보여주는 세이, 스텔라.
그 외에도 사이버펑크 사회에서 대두되는 사회문제(범죄, 성적지향성, 성관련 안드로이드들)를 직접 보고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파악할수 있도록 스토리 배치를 구성해놓았다.
이러한 구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작품 세계내에 자연스럽게 녹여들게 만든다.
레퍼런스가 된 작품들 :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 버블검 크라시스, Serial Experiment lain(일부 캐릭터와 설정)
일본의 서브컬쳐작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만큼 다양한 애니와 캐릭터들에서 컨셉들을 가져온것을 볼수 있었다. 사이버펑크라는 주제의 게임잼에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진들의 풍부한 배경지식들과 열정들을 보면 이전부터 해당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걸 알수있다.

예시로, 도로시라는 캐릭터를 보면 이마이시 히로유키 감독 '킬라킬'의 만칸쇼쿠 마코 캐릭터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고 밝힌적이 있다.
게임 내의 OST를 Garoad라는 아티스트가 제작하였는데 작중 내의 분위기를 잘 담은 사운드트랙으로 ost측면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출시된 게임 내의 노래들을 담은 LP판도 Fangamer사이트에서 팬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볼수있었다.
실제로 플레이가 단순한 스토리게임의 경우에는 사운드가 주는 영향이 매우 큰 편인데 발할라의 경우에는 바 내에서 들릴 플레이리스트를 플레이어가 직접 구성하여 튼다는 컨셉적인 측면이 강화되어 노래를 직접 골라 즐길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었다.
사이버펑크라는 색다른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세련된 비주얼노벨 장르를 보여준 Va-ll hall-a.
단순한 드래그와 클릭만으로도 가본적 없는 세계관, 만나본적없는 캐릭터들과의 경험을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플레이어들의 기억속에 강하게 남겼다고 생각한다.
후속작으로 나올 N1RV Ann-A 도 큰 기대를 품은 채 무사히 출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출시일 : 201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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